UPDATED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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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혁 수원지방검찰청 형사5부장검사

 


 

청소년들에게건강한 신체와 열린 마음 길러가라!

사회를 치료하는 의사와 같은 역할검사의 매력

 

- 어린 시절 및 학창 시절

저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지주 땅을 빌어 밭농사를 하시던 아버지는 장안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경기도로 농지를 얻어 계속 농사를 지으셨고, 가족들도 함께 그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40분 간격으로 배차되는 버스를 타고 하루 1시간 30분이 넘는 길을 서울로 통학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혼자서 그 먼 길을 버스를 갈아타며 어떻게 통학했을까 싶을 정도로 버스 안은 항상 만원이었고 버스 1대를 놓치면 40분을 기다려야하는 통학길이었지만, 별다른 불만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방과 후에 학교 근처 가까운 집으로 걸어서 귀가하는 친구들을 보거나, 비오는 날 다른 친구들 부모님께서 학교 앞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나오시는 모습을 볼 때 부러운 생각이 들 때가 많았지만, 저 나름대로 방과후 친구들과 더 어울려 놀다가 버스 시간에 맞추어 귀가할 수 있는 장점도 컸던 것 같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넓은 들판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해가 저물 때까지 신나게 놀던 날이 많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침 일찍 일어나 규칙적으로 생활하던 통학의 경험과 집 주변의 자연과 늘 벗 삼아 보냈던 유년시절이 저에게는 큰 자산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독립하여 생활하라고 가르치시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는 집을 떠나 혼자 자취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보통의 다른 서울 학생들과 다른 독특한 저의 이러한 학창시절 경험은 지금 검사 직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적잖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타인의 특별한 환경을 이해하고 말을 경청하는 배려심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사사건건 자녀들의 일을 밀착하여 챙겨주는 부모님들과 달리 자율과 책임에 맡기는 제 부모님의 가르침에 마음 깊이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 법조인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계기

검사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였습니다. 호박 밭에서 온 가족이 일을 하고 있을 때, 사촌 큰 누님이 놀러 오셨는데, 함께 오신 매형이 바로 검사님이셨습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강렬한 매형의 첫인상이 지금도 기억나는데, 그 때 저에게 해주었던 격려말씀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매형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시골에서 성장했지만 꿈을 키워가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검사가 되었으니, 너도 먼 길을 통학하며 힘들겠지만, 앞으로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라는 말씀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다소 막연하기는 하지만, 그 때 처음으로 검사라는 직업을 동경하기 시작했었지요. 저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도 장래희망 란에는 검사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검사라는 직역은 판사, 변호사와 함께 법조삼륜을 불리는 법조인의 세 부류중의 하나입니다. 정확하게 법조분야의 각 직역이 어떻게 서로 다른지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법률분야 과목을 수강하면서부터입니다. 어려서부터 막연히 품어왔던 검사 직역에 대한 동경이 법률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접하게 되면서 조금 흔들리기도 하였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비춰지는 검사의 모습과 법조분야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검사의 모습은 적잖이 달랐을 뿐만 아니라, 검사라는 직업이 갖는 막중한 책임감이나 사명감 앞에 기가 눌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책으로만 공부하던 단계를 넘어서 실제로 변호사, 판사, 검사가 일하는 곳에서 실무수습을 경험하게 되면서 검사 지원에 대한 확고한 뜻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생각과 느낌이 다르기 마련이겠지만, 저는 변호사 사무실이나 판사실 보다는 검사실의 치열한 분위기가 가장 제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고, 그 중심에는 가장 생동감있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역이라는 점이 있었습니다.

 

- 검사의 매력

검사는 우리 사회의 정의실현과 가장 근접해 있는 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필요로 하고, 때로는 희생정신을 필요로 합니다. 법률로 정해진 검사의 권한이라는 것들도 모두 검사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하는 의사들이 사람의 건강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일하여야 하듯이 검사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찾아내어 척결하고 사회정의를 세우라는 국가의 명령을 받고 건강한 사회유지에 초점을 맞추어 일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검사의 책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소에서 묵묵히 수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언론의 조명을 받는 사건만 처리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저는 모든 직업에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게 마련이고, 검사도 장점만 갖는 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어려 청소년들에게 소개할 만한 검사의 매력을 들자면,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검사는 사회를 치료하는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 가장 보람된 일

검사는 죄인을 처벌하기도 하고, 잘못을 용서를 해줄 수 있기도 합니다. 잘못된 사람을 처벌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잘못이 없음을 선언하여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느 작은 지방에서 근무할 때 어느 억울한 진정인이 법정 증인의 거짓말에 속은 오판으로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까지 상소하였으나 결국 패소하여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이 번번이 억울함을 알리는 고소장, 진정서를 제출해보았지만,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결론을 바꿀 수는 없다는 답장만 수년 동안 되풀이해서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민사사건의 증인들이 어떤 증언을 했는지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검사의 눈이 가장 빛나는 때가 진정어린 약자의 억울함 호소를 접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 진정인의 진정어린 억울함을 공유할 수 있었고, 결국 거짓말을 했던 증인을 찾아내어 잘못을 실토받고 이를 사주한 민사사건의 원고도 체포하여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었습니다. 잘못된 민사판결을 결론을 시정하여 진정인의 재산상 피해도 회복시켜주었습니다. 그 진정인이 수년동안 숙원을 해소시켜주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올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반대로 용서를 통해서 큰 보람을 느낀 경우도 있습니다. 사건처리를 하다보면, 비록 작은 잘못을 했지만, 마치 큰 잘못을 모두 저지른 것처럼 오인받아 억울해하는 피의자에 대한 사건도 더러 있습니다. 회사의 재산관리 책임자로 근무하다가 회사가 어려워져 부득이 어음이라는 결재수단을 사채업자에게 지급했으나 결국 부도처리되어 문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금전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채업자의 과도한 주장을 들어주지 않고,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했던 피의자의 일부 잘못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용서하는 처분을 했습니다. 재판을 마친 그 피의자는 제 이름 석자를 되찾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서신을 저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씩 그 분의 서신을 떠올려보면서 검사는 사람의 간절한 명예도 되찾게 해줄 수 있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으니, 검사의 직분을 다하려면 한번 더 경청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 검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저는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신체와 열린 마음을 길러가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이 두가지만 있으면 인생을 더 발전적으로 설계하고 발전시켜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을 갖던지 위 두가지는 우리에게 필요하겠지만, 나름대로 검사라는 직역에 초점을 맞추어 그 이유를 설명해볼까요?

우선 개인적인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청소년기부터 꾸준히 신체를 단련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체의 건강이 정신의 건강도 지탱해줄 수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없이 신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검사로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고 어떤 것이 더 정의로운지 선언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자신의 특유한 경험이나 신념에 항상 갇혀있기 보다는 이러한 둘레를 과감히 벗어나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포용하는 연습과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이기를 권합니다. 그것이 사회의 여러 다양한 이해대립을 이해하고 가장 조화로운 해법을 찾아가야 하는 검사로서의 기본자질을 연마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미연 기자

 

*2017427일 학생법률신문 13호 게재

 

 

 기자 : 법률선진신문    작성일 : 18-04-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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