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 넘어 해상안보·과학기술·공급망 안정 등 한단계 도약
브엉 딩 후에 국회의장 초청으로 베트남을 공식 방문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17일 수도 하노이에서 베트남 고위급 인사들과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며 숨가쁜 의회외교 활동을 펼쳤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국회의사당에서 후에 국회의장과 회담을 갖고, 오후에는 공산당 중앙당사에서 응우옌 푸 쫑 당서기장을, 이어 총리실에서 팜 밍 찡 총리를 면담하는 등 국가서열 1·3·4위 고위급 인사와 연쇄 회동을 가졌다. 이 같은 김 의장의 행보는 수교 30주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베 관계의 핵심 의제를 베트남 최고지도부 인사들과 집중적·압축적으로 협의함으로써 의회외교의 실질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김 의장은 당서기장·총리·국회의장 등 베트남 국가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먼저 “베트남은 의장 취임 이후 처음 방문하는 아시아 국가로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돼 새로운 30년을 여는 원년 첫달에 방문이 이루어져 더욱 뜻깊다”며 베트남 방문의 소회를 밝혔다. 양국 관계는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푹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현재 베트남이 양국 관계의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중국·러시아·인도 등 3개국에 불과하다.
김 의장은 수교 30년간 양국이 달성한 성과도 소개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한-베 교역액이 한-일 교역액을 넘어 베트남이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부상했고, 한국은 베트남의 제1위 투자국이자 최대 개발협력국이며, 베트남 유학생 수는 6만명 이상으로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최다이고, 한-베 다문화 가정도 8만명이 넘는 등 문자 그대로 양국은 친척·사돈의 나라”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외교·안보 전략적 협력 강화, ▲경제협력 심화 위한 애로사항 해결, ▲의회협력 모멘텀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걸맞는 해양안보·방산 협력 강화
김 의장은 "양국 외교 관계가 최고 단계로 격상된 만큼 그에 걸맞게 양국 국민간 우호정서를 확대하고 호혜적 실질협력을 심화시키며 아세안 역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협력을 넘어 해양안보·방산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쫑 당서기장은 이에 "양국 간에는 정치적 애로사항도 없고, 지리적으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며,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양국 관계의 추가적 발전에 좋은 조건이 구비되었다"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이후에도 양국 관계가 훌륭하게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경제는 물론 해양안보, 방산 등 분야에서 양국간 전략적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며 "이미 양도한 2척의 선박에 더해 초계함 한 척을 추가로 양도하는 절차를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2017~2018년 퇴역 초계함 2척을 양도했고, 2022년 초계함 한 척을 추가 양도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베트남 측은 우리 함정이 다른 나라 함정에 비해 유지보수·기능개선 등이 용이해 전력에 실질적으로 가장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에 국회의장은 퇴역함 양도에 사의를 표하면서 "지속적인 군함 지원 및 국방산업 협력과 기술인력 양성에 협력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 의장은 또 한-아세안 및 한-메콩 협력 강화를 위한 베트남 고위급 인사의 지지를 당부했다. 김 의장은 "우리 정부는 작년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발표하는 등 아세안 중시 정책 기조를 천명했으며, 이를 위해 향후 5년 내 한-아세안 협력 기금 및 한-메콩 협력 기금을 2배로 증액할 예정"이라며 "정책 이행 과정에서 아세안 내 핵심파트너이자 2021∼2024년 한-아세안 대화조정국인 베트남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에 의장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높게 평가한다"며 "베트남은 양국의 이익을 위해 다자협력체 및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화답했다. 후에 의장은 이어 한-메콩 협력 기금을 2배로 증액한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에 사의를 표하면서 "한-아세안 대화조정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조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답했다.
찡 총리와 후에 의장은 베트남 해양안보 안정과 2025년 P4G 개최를 위한 한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김 의장은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이 존중되고,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해양질서 수호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과의 해양안보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장은 또 "한국은 2021∼2023년 P4G 의장국으로서 베트남의 2025년 정상회의 개최 의사를 P4G 사무국과 주요 공여국에 이미 전달했다"며 "앞으로도 베트남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양국간 경제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희토류 개발 등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김 의장은 "강대국간 경쟁 심화, 공급망 교란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어 양국간 경제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며 "재작년 한국의 요소수 수급난 극복 과정에서 베트남의 신속한 협력에 감사하며, 희토류 개발 등 현재 양국간 논의되고 있는 협력 과제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에 의장은 공급망 협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 "새로운 공급망을 연구하기 위해 반도체 등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양국이 협조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후에 의장은 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 기준에 맞는 에너지 협력과 그린에너지 등 기술협력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김 의장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디지털·에너지 안보에 관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상공회의소 등 한국의 경제단체에 전달해 양국 기업들 간 기술협력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