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외면한 국회, 야당은 분당톤 까지
이번 추석귀향에서 ‘제발 민생경제를 챙겨달라’는 혹독한 회초리를 맞은 국회가 추석이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 ‘네 탓’ 주장을 펴면서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타결시점을 잡은 15일의 마지노선을 넘기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법에 목을 메면서 민생법안처리를 뒷전으로 팽개쳐온 야당은 비대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개파싸움을 벌이더니 박영선 대표의 탈당설까지 나오는 등 국민에게는 볼쌍 사나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번 추석 민심은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분노와 정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19대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 모조리 떨어뜨리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국회 해산론까지 나왔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민생법안 팽개치고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 시위와 단식(일부)을 펴더니 야당이 지금은 비대위원장 외부영입 대상을 둘러싸고 개파싸움에 홍역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 법안처리율 27.1%은 역대 가장 낮은 수치이며 130일 동안 ‘입법 제로’ 상태다. 적지않은 세비에 상여금까지 챙기면서 추석 전까지 국회를 정상화해 세월호특별법을 비롯해 민생 및 경제회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한 약속은 속임수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9월 첫째주 야당의 지지율은 처음으로 10%대(19.5%)로 추락했고 새누리당도 44.5%로 하락세다. 상대적으로 무당층만 늘고 있다. 새누리당도 지금처럼 해서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물론 정국 운영 책임자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야당은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67%에 이르는 사실에 눈을 떠야한다. 당장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 쟁점법안 심사 등 산적한 일을 지금 시작했어도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는데 아직이다. 여당은 반드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아직도 세월호법과 연계해야 한다는 종래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정상화를 위해 국회 상임위원장회의를 소집했으나 야당 설훈 의원의 ‘연애’ 돌출 발언으로 여·야간의 분위기가 더욱 악화되었다. 또 다시 의장단·여야 지도부 연석회의를 소집해놓고 있지만 부질없는 국민의 눈에는 시간끌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당은 자기 당내 분란수습이 우선 시급한 문제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아직도 민심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